연구는 사회에 어떤 혜택 줄까
- 협업기사오피니언임팩트
- 3월 22, 2021
“박사님의 연구는 사회에 어떤 혜택을 줍니까?”
“질문이 잘 이해가 안 가는군요 무슨 뜻입니까?”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카지타 타카아키(Kajita Takaaki) 도쿄대학교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있었던 유명한 문답이다. 카지타 박사의 노벨상 수상이 온라인에서 주목을 끌게 된 후 개최된 한 행사에서 했던 카지타 교수의 이 말은 많은 연구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저는 이 사건을 잘 기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카지타 교수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을 때 그 일에 대해 묻기도 했다. 카지타 교수는 “기초연구의 목표는 사회에 가시적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나도 이 견해에 동의한다. 연구자의 일차적 목적은 진리 추구이며, 세상에 직접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면 민간 부문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생각이다.
하지만, 많은 국가에서 막대한 공적 자금을 들여 대학을 지원하고 과학 기술 발전과 학술 활동에 투자하는 현실을 참작하면, 학계의 사회 공헌을 기대하는 것이 뜻밖의 일은 아니다. 지난 호에서는 논문 수로 대표되는 연구 성과 확대, 대학 순위 향상, 특허 수입 증가, 공동 연구 수행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는 아시아 대학교들을 다루었다. 이번 호에서는 영국 대학교들을 취재하기로 했다. 영국에는 약 160개 대학교가 있는데 거의 모두 국립대학이다. 공공기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대학교에 사회 환원의 책임이 있는가 하는 문제는 열띤 논쟁거리다. 현재 영국 대학교는 철저한 관리를 받고있으며 정부의 정책적 대학 개혁 요구가 거세다.
영국의 영향 평가 제도는 정부가 사회의 요구에 따라 구체적으로 대학 개혁을 촉구한 선례를 남겼다. 담당자들과 했던 인터뷰에서 거듭 밝혀졌듯이, 영향 평가는 모든 분야 연구자들이 사회적 영향을 행사하도록 강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학계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연구자들이 연구 활동을 할 때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고 궁극적으로는 연구자들과 대학이 사회에 공헌하는 구성원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지에서는 영국의 대학교 네 곳의 ‘영향 평가’ 담당자들을 인터뷰하여 다음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 영향 평가는 전적으로 새로운 계획이었지만 많은 대학에서 받아들여졌다.
- 영향 평가를 통해 대학의 태도가 변화했다고 느낀다.
- 담당자들은 대학 연구자들과 함께 좋은 일을 하는 것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대학 문화 혁신은 많은 도전이 따르는 중요한 과업이다. 우리는 영향 평가 도입에 따른 위험을 알면서도 과감한 개혁을 주도한 영국 정부와 대학들에 박수를 보낸다.
수많은 나라의 다양한 연구자들을 만났는데, 어디서나 예외 없이 대학은 일종의 신성한 기관으로 여겨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자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를 보여달라는 영국 정부의 요구는 가히 혁신적이다. 오스트레일리아와 홍콩도 영국의 예를 따라 영향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이 움직임은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2019년 9월 일본에서 영향 평가 세미나를 개최하였는데 꽤 많은 청중들이 흥미를 보였다. 현재 세계적 추세를 볼 때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 한국, 중국 등에 언젠가 비슷한 체계가 도입된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의 연구라도 일반 대중에게 쉽게 설명되고 사회적 영향이 이해될 수 있다면, 연구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확대되어 후원이나 연구 기금 형태의 재정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단기적으로 대학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대학이 좀 더 많은 것을 제공한다면 대학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질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교는 미국의 스타트업 회사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발판 역할을 한다. 학계와 사회는 정보를 통해 더욱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으며 대학들은 학계 외부에서 사람들을 더 유입하여 각각의 특성을 가질 수 있다.
영향 평가는“박사님의 연구는 사회에 어떤 혜택을 가져옵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호에 다뤄진 것처럼, 영향 평가를 받은 사례들은 경제적 영향이나, 의료 발전 등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분야가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었다. 영향은 정세, 사고방식, 사람들의 지식과 행동 등에 나타났다. 한 담당자는 인터뷰에서“연구자들은 항상 연구계획을 세울 때 연구의 의미를 고려합니다. 그게 바로 연구 영향의 출발점이죠.”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담당자는 이렇게 정리했다. “영향 평가 도입 이후 연구자들이 연구 계획을 수립하면서 사회적 영향을 논의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어요. 그것 자체로 중요한 영향이라고 봅니다.”
‘영향’을 넓은 의미로 해석한다면 모든 연구가, 각각 형태는 다르지만, 뭔가 혜택을 제공한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 영국에서 시작된 이 움직임이 어떻게 세계로 확산되는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홍콩과 오스트레일리아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영향 평가제를 실현해 나아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