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자 여러분, 안녕하신가요? 학계 정신건강 실태 설문조사
- 커뮤니케이션기사
- 12월 26, 2019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정신건강 문제란 무엇인지, 일반인 대상 정신건강 문제 해결이 왜 중요한지 인지도가 높아지는 추세이다. 이는 물론 연구를 통해 그만큼 증거가 축적된 데 따른 성과이지만, 정작 학계 내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연구는 그 동안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었다.
연구직이 스트레스가 높은 직군에 속한다는 사실은 비록 단편적으로나마 익히 알려져 있다. 학계 내 극한 경쟁 분위기와 논문 실적 달성·연구비 수주 압박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사회적 편견, 차별, 따돌림 및 괴롭힘과 같이 전 세계 어느 직군에나 존재하는 문제까지 각자 알아서 대처해야 하는 개별 연구자들의 이야기는 차고 넘쳐난다(참고 기사 링크).
학계에서 성공은 여러 요인에 따라 좌우되며 개별 연구자가 스트레스 요소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문제는 성공을 직접적으로 좌우하지는 않더라도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어떤 스트레스 요인이 있는지, 이로 인해 연구자들과 학계 전반에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최근까지 별다른 연구가 이루어진 바 없다. 따라서 이 주제에 대해 최근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다.
학계 정신건강 실태에 대해 현재 나와 있는 연구 결과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주제에 대한 연구 및 설문조사 대다수는 박사과정 학생과 새내기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연구 결과 이들 집단에서 스트레스 및 정신건강 문제 발생 리스크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대학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2014년 실시된 한 연구에서는 박사과정생 47%가 ‘우울증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 임상 진단을 근거로 한 결과는 아니었다(영문 보고서 링크). 학자로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대표 지표로 진로 전망, 신체적 건강 상태(설문 대상자 자가 보고), 생활 환경, 학술적 소통 및 사회적 지원이 있었다.
벨기에 박사과정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2017년도 연구에서는 대상자 1/3 가량이 정신질환 위험군이거나 발병 단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나(영문 논문 링크) 고학력 일반인 계층과 같은 비교군에 비해서도 정신질환 유병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정신건강과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요소로 조직 정책을 지목했다. 2018년 <Nature Biotechnology> 지에 출간된 또 다른 한 기사에서는 설문조사 결과 석·박사과정생 집단의 중등증~중증 불안장애 및 우울증 유병률이 일반인 대비 6배나 높게 나타났다며 우려를 표했다(영문 기사 링크).
<Nature> 지에서는 지난 10년간 2년에 1번꼴로 전 세계 박사과정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박사과정생으로서의 삶 가운데 여러 측면에 대한 학생들의 견해를 파악하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영문 기사 링크) 박사과정생 대부분이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는 것으로 드러나기는 했지만 그 비율은 과거 설문조사에 비해 하락 추세를 보였다. 이와 같은 만족도와 상관관계가 있는 요인으로 지도교수 및 책임연구자와의 관계, 출간 논문 수, 근무 시간, 담당 교수의 지도 및 삶과 업무 간 균형(이른바 ‘워라밸’)이 꼽혔다. 더불어 설문조사에 응답한 박사과정생 대부분은 업무 시간이 길다는 점에 불만을 표했고 1/3 이상이 불안장애나 우울증 때문에 도움을 청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약 20%가 괴롭힘, 차별 혹은 따돌림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가장 흔한 차별 유형으로 성차별 및 인종차별이 지목됐다.
신분·경력·연차를 막론하고 학계 전반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영국 교육전문지 <Times Higher Education> 지에서 전 세계 대학 교·강사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가운데 여성 26% 및 남성 31%가 일 때문에 정신건강에 큰 악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업무 부담이 과중하고 업무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응답이 많았다(영문 기사 링크).
학계 정신건강 실태에 대한 모든 설문조사 및 연구에서 연구 활동 자체가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학계 환경 및 문화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시사점이 반복적으로 도출됐다. 장시간 근무, 성공의 척도, 노력에 따른 보상 및 인정 체계, 포용성에 대한 고려 부족 및 전문적·개인적 지원 부족 모두 연구자의 행복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현재 나와 있는 연구만 보아도 대학, 연구소 및 정책 결정 기구 차원에서 정신건강 문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학계 종사자들이 신바람나게 근무할 수 있는 긍정적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 학계 내 정신건강 실태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수집하고 정신건강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요인을 규명하기 위한 더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 학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일반인에 비해 더 만연한 이유는 무엇인가? 학계 정신건강 문제가 전 세계 모든 지역 및 다양한 인구 집단에 걸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가? 이 문제 때문에 과학계 및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 수 있는가? 이러한 문제를 줄이고 연구자 행복감과 연구 품질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 구조 및 조직 정책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러한 의문에 답을 구하고자 글로벌 과학 커뮤니케이션 전문기업 캑터스 커뮤니케이션즈에서는 2019년 10월 10일 세계 정신건강의 날(World Mental Health Day)에 맞추어 학계 정신건강 실태 파악을 위한 전 세계 단위 설문조사를 개시했다(한국어 설문조사 링크).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연구자로서의 삶 가운데 무엇 때문에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조직 차원에서 바람직한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학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구했다.
이번 기사를 시작으로 <Blank:a> 지에서는 학계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연재 기사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캑터스 커뮤니케이션즈의 설문조사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고 해당 설문조사를 개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살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