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의 경험에서 배우는 대학 혁신의 비결
- 기사오피니언
- 8월 1, 2019
마코토 편집장의 팩트 이야기
대학 하나를 명실상부 글로벌 대학의 반열에 올려놓는 일은 단기간에 뚝딱 이루어지는 목표가 아니다. 필자는 THE 대학 순위와 관련한 연세대학교의 전략에 대해 듣고자 인터뷰를 기획했고 연세대학교에서 보여 준 의지와 헌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대학은 관료 집단에다 온갖 복잡한 절차로 가득 찬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이해 당사자들이 워낙 다양하여 이들을 관리하는 것도 엄청난 일인데다, 교수진은 각기 연구 목표도, 관점도 그리고 동기도 다르다. 경영자로서 내 경험상 민간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일하는 만큼 회사의 방향성을 바꾸기가 대학에 비해 쉬운 편이다.
THE 순위가 향상되었다고 해서 대학이 혁신을 꼭 이룩했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우리가 인터뷰한대학들 가운데 순위 향상을 학교 비전으로 내세우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그 대신, 보다 원대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대학 여건을 지속적해서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THE에서 최신 가치를 반영하고자 수년에 걸쳐 순위 산정 방법을 지속적으로 바꾸고 있는 만큼 대학 순위를 어느 정도는 염두에 두는 편이 대학에 대한 사회의 기대치를 이해하고 이에 발맞추어 대학 경영 정책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학에 대한 분명하고도 장기적인 비전을 지니면서 THE와 같은 제 3자 기관의 대학 순위에 대해 현실성이 있고 실행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고 자원을 확보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대다수 대학에서 말하는 비전은 그저 수사에 불과하고 이 중 상당수는 이 비전을 세분화하여 대학 순위에서 중대 향상을 이루어내는 것과 같이 실행 및 측정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는 데는 취약한 듯 보였다. 하지만 연세대학교는 이러한 두 가지 측면 사이에서 균형을 매우 잘 잡아냈다.
연세대학교 입장에서는 2015년 THE 순위가 떨어졌을 때 대학 순위가 학교의 강점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세대학교는 이를 기회로 삼아 문제를 해결했다. 학교의 고위급 경영진이 보여준 계획 실행의 정확성과 속도는 눈부실 정도이다. 이곳 미래전략실은 실장의 강력한 주도하에 부서의 역할 및 목표를 분명하게 인식했고 핵심성과지표(KPI)를 달성하는 데 집중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THE 대학 평가 순위는 대학의 성과를 가늠하는 한 가지 척도에 불과하며 대학에서는 어떤 측면에 집중할 것인지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변화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이루어 내는 데 얼마나 헌신할 것인지는 대학에 달려 있다. 연세대학교의 사례는 대학 순위를 계기로 삼아 글로벌 대학의 반열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모범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