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과 구조를 찾아서: 팬데믹 커뮤니케이션의 잃어버린 조각
“팬데믹 상황에서도 좋은 스토리텔링은 마음을 열고 변화시킬 수 있다.” -크리스토퍼 보글러(Christopher Vogler)
- 분류되지 않음
- 4월 4, 2023
인터뷰: 아이 카노(Ai Kano)
편집: 제이콥 P. 반후튼(Jacob P. VanHouten)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팬데믹을 둘러싼 커뮤니케이션은 혼란의 도가니였다는 점이다. 게다가 신뢰할 만한 목소리를 통한 정보가 글로벌 리더들의 잘못된 확신과 경쟁해야 했다. 대표적인 예로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이 날씨가 따뜻해지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약화될 거라고 주장했던 경우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도 없었다].
이렇게 가짜 뉴스, 메가폰을 쥔 무능한 지도자들, 과학계에 대한 불신이 판치는 상황에서 어떻게 팬데믹을 둘러싼 커뮤니케이션이 더 나아질 수 있었을까?
우리는 세계가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에 신음하고 있던 2022년 1월 크리스토프 보글러(Christopher Vogler) 화상통화를 했다. WHO가 팬데믹의 끝이 보인다 고 선언하기 몇 달 전이었다. 크리스토퍼는 유명한 스토리텔러이자 스토리텔링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한다. 할리우드 임원이며, 시나리오작가, 저자이기도 한 그는 할리우드 작가들을 위한 회사 메모를 작성했으며 후에 이를 기초로 스토리텔러와 시나리오 작가를 위한 신화의 구조(The Writer’s Journey: Mythic Structure for Storytellers and Screenwriters)를 펴냈다. USC와 UCLA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Lion King)’의 스토리를 제공한 것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 대화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그의 저서에서 추천된 접근법을 통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허위 정보와 의혹과 싸우는 데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인터뷰 내용은 지면과 명료함을 고려하여 편집).
먼저 저서, 잃어버린 영웅과 구조에 대한 저서에서 다루신 한 개념에 대해 질문 드리겠습니다. 팬데믹 기간 중, 주로 반과학 진영에서 가짜 뉴스와 음모 이론 등이 널리 유포되었는데요. 이들은 과학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보다 더 큰 힘을 갖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스토리 컨설턴트로서 팬데믹 기간 중 과학 커뮤니케이션과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고, 어떤 점이 변화해야 할까요?
커뮤니케이션에서 기억해야 할 점은 인간적 요소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죠. 과학적 입장을 가능하면 가장 인간적으로 제시해서 일반인들이 과학자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만일 실수를 하거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들 자신이 해를 입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해야 합니다. 과학은 끊임없이 수정되는 배움의 과정이죠.
사람들은 의심때문에 과학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과학자들이나 전문가를 그들 위의 엘리트 계층으로 치부하는 것이죠. 과학자들도 실수를 하고 의견을 재검토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 좋아요. 그런데, 이 중요한 원칙을 두려움에 빠진 사람들이 악용해왔어요. 과학은 무엇이 옳은지 알아야 하고, 실수나 모순이 있다면 모든 주장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믿고 싶어하는 거죠. 우리는 이러한 의심에 대처하고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막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의심은 무기화되고 있어요. 담배 회사들이 한 일을 보세요. 담배갑에 경고문을 표시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고 있을 때, 담배 회사들은 경고문을 표시하지 않기 위해 이에 맞서 싸웠죠. 어떤 경우에는 흡연이 좋은 것이라고 장려할 수 있도록 허용받고 싶어 했어요. 실제로 오랫동안 그렇게 했고요.
그들은 자체 통계와 과학자들을 동원해서 의심을 던졌어요.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진실을 알기가 훨씬 어려워지거든요. 과학은 수학과 통계, 반복 실험으로 이루어지지만 이런 도구는 비과학자들, 특히 과학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지 않아요. 개인을 거대한 문제에 대해 설득하기란 어렵지만 의심의 씨앗을 뿌리기는 쉽죠. 일단 문제가 자신이나 가족에게 영향을 미친 후라면 그런 의심의 싹을 틔우기가 더 어려워지지요.
과학자들이 인간적 면모를 보이는 것이 어떻게 두려움이나 의심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오늘날 세상은 고립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형태의 감옥에 갇힌 것처럼 느끼죠. 미국은 개인적 가치를 중요히 여기며 집단에 대한 책임은 그만큼 중시되지 않아요.
스토리텔링의 좋은 점 하나는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들의 삶에 마음을 열게 해준다는 겁니다. 어떤 면에서는 자기와 비슷하고 그러면서도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죠.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될 수도 있고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다가 곤란을 겪거나 벌을 받거나, 교훈을 얻는 사람이나 캐릭터를 보면, 나의 일부도 저절로 공감하게 됩니다. 심오한 인간적 반응이죠. 이런 식으로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다른 사람들이 겪는 일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과학에 관한 영화에서 작가들은 이야기에 정서를 전달하기 위해 종종 서브 플롯을 사용합니다. 전염병 발발이나 외계인 공격 같은 지구적 재난을 다룰 수도 있고요. 하지만 몇 층위 아래에서는 평범한 인간인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이런 층위들이 인간적인 면모를 가져옵니다. 내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라고 느끼게 하는 거죠. 할리우드에서는 되는 이야기라면, 큰 문제를 빼도 일상적인 문제에 대한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하죠.
흥미로운 예인데요. 팬데믹 이야기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서브 플롯은 무엇일까요?
조디 포스터의 <콘택트(Contact)>를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그녀가 외계의 생물체와 소통하려 하는 과학자 역할을 했지요. 개인적인 문제도 안고 있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어릴 때 돌아가셨고, 가족들과 재결합을 바라고 있어요. 과학자들은 대형 기계 장비와 폭발물 같은 매우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반면에 개인적으로는 아빠를 그리워하는 평범한 사람이죠. 서브 플롯은 이 두 세계를 이어주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할 점입니다.
최근에는 파우치 박사(Anthony Fauci)가 떠오릅니다. 그는 정치적 논쟁으로 공격받자 그와 가족들에 대한 위협에 대해 방어했어요. “당신들의 공격은 나와 가족들을 위협해도 되는 것처럼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는 안됩니다.” 물론 그를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부는 그가 그저 한 인간이고 이런 문제들이 그의 개인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거에요.
과학자들이 좀 더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어 사람들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씀인데요. 그런데 이런 의심은 어디서 오는 건가요? 계층의 문제를 간단히 언급하셨는데요. 사람들이 과학자들은 자신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부분적으로는 과학과 의학계에 있는 계층 구조에 의해 만들어진 현상입니다. 수세기 동안 의사들은 자기들은 뭐든 다 알고 있으며 환자는 그저 하라는 대로 하기만 된다라는 인상을 풍겨야 했어요.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특히 개인 생활에 영향을 미칠 때 그런 관념과 싸우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이런, 마스크를 쓰고, 예방접종을 하고, 안전 벨트를 매야겠다.” 이런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과학은 믿을 수 없는 “허황된” 전문가들이 판을 친다는 생각이 솔깃하게 들릴 수 있지요.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단어는 ‘신뢰’입니다. 신뢰란 어려운 일이지만 사회 전 수준에서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특히 과학이 이룬 훌륭한 작업을 소통하는 데 신뢰는 매우 중요합니다.
과학계가 신뢰를 얻기가 왜 이토록 힘들었을까요? 그리고 예를 들면, 반 백신 또는 반 과학 집단에 비해 그렇게 뒤처졌을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제 생각은 이래요. 저는 사람들이 주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아주 가까운 수준에서 움직이고 말 그대로 이만큼[손을 얼굴 가까이에 대며] 떨어져있는 것밖에는 보지 못합니다. 이런 정신 구조를 갖고 있거나 그런 방향에 기울어 있으면 과학뿐 아니라 모든 권위에 대해 회의를 갖고 의심을 품기 쉽죠. 어쩌면 분노할 수도 있고요.
또 다른 사람들, 특히 과학적 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좀 더 거리를 두고, 먼 지평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요.
이 두가지는 인간의 뇌로 가능한 관점들입니다. 그런데 현재 사회를 보면 이 관점들을 멀리 떨어뜨리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이 두 관점을 통합해야 합니다.
이러한 단절은 부분적으로 언어와 관련됩니다. 과학자들은 구체적이고, 종종 복잡한 과학의 언어를 사용하도록 훈련되어 있어요. 일반인들이 이해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그 언어를 수정해야 합니다. 일반인들이 자기 언어를 수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 움직임은 과학 쪽에서 나와야 해요. 과학을 좀더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메시지를 귀를 기울이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커뮤니케이션을 보세요. 처음에 사람들은 분명 우왕좌왕했죠. 과학자들을 비롯해서 모두가 동의하는 바이지만, 불확실하고 모순된 정보들이 소통의 혼란을 일으켰어요. 보건시스템에는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어야 합니다. 과학은 단순함,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정서적인 용어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요.
그렇다면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올바른 접근법을 이용하여 제대로 이루어진 경우가 있었나요?
최근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이 영화는 인터뷰 몇 주 전인 2021년 12월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이 떠오르네요. 풍자 영화고요. 실제로 기후 문제에 대한 이야기인데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려고 하는 이야기로 만들었죠. 이 영화는 이야기를,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인간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과학자들이 실제로 삶을 살아가면서 인간 관계라든가 삶의 문제들을 겪는 것을 보여주었죠.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양 극단으로 나뉘어서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대립했어요. 저와 제 아내, 친구들을 포함한 일부는 “와, 꽤 좋은 영화인데.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어. 재치 있게 경고를 하는 걸.”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분개했어요. 저는 영화가 잘 만들어졌고 제가 이야기하던 것들, 인간적으로 만들고, 단순하게 일관성 있게 하라는 것들을 다 지켰다고 생각했던 터라 좀 놀랐죠. 어떤 경우에는 과학이 받는 반응이 이렇습니다. 문제를 이야기하고, 경고를 하는데 세상은 “아냐 아냐” [크리스는 귀를 막고 고개를 젓는 시늉을 한다.] 이러는 거죠. 마치 종교처럼, 과학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배격하고 불신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적절한 예를 들지 않는 걸까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돈 룩 업>의 상반된 반응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희망이 없다는 거요. 혜성이 다가오는데 실제로 사람들은 어리석고, 이기적이고, 분열되어 있죠. 아무도 뭔가를 하려 들지 않고 모두 죽게 되는 거죠. 희망이 없다는 것, 아마도 그래서 사람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요.
어쩌면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고 겁을 주는 것은 잘못된 방식인지 모르죠. 협력할 수 있고, 정서적 소통과 이성적 소통이 결합될 수 있고,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판타지를 심어주는 게 더 나을지도요. 그것이 문제 해결책일지도 모르겠씁니다.
“판타지”라, 흥미로운 표현인데요. 저서에서 말씀하셨듯이 대부분의 “영웅담”에는 시련이 주어지고, 영웅들은 뭔가 행동을 해야한다고 느끼거나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죠. 팬데믹 기간 중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들이 올바른 행동을 하게 할 수 있을까요? 왜 어떤 사람들은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과학은 어떻게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저는 이야기가 몸의 다양한 부분에서 정서적 신체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일부는 힘, 섹스, 생존과 관련된 저수준의, 거의 동물적인 부분이고요. 좀 더 높은 수준에서는 사랑과 영적 경험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가장 낮은 수준에서는 소통이 쉬워요. 하지만, 좋은 이야기는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서브 플롯, 보다 높은 수준의 인간의 가능성을 불러일으키고 실제로 청중을 고양시킬 수 있는 서브 플롯을 갖고 있어요.
또 다른 이야기가 떠오르는 데, 옥시콘틴 중독에 관한 <돕 식: 약물의 늪(Dopesick)>이라는 TV 시리즈인데요. 옥시콘틴은 널리 배급되어 많은 사람들이 중독되어 사망했습니다. 여기서도 이야기를 인간화했는데, 아주 선량한 한 의사가 등장합니다. 그는 정말 노력했지만 제약 회사에 의해 호도됩니다.
자기자신도 중독되어 일자리를 잃고 더 이상 의사로 일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그 한 의사가 계속 옳은 일을 하려 애쓰죠. 그는 중독을 극복하고 다른 이들을 돕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친 하나의 큰 문제를 단 몇 명의 등장인물의 이야기로 전달했죠. 이 시리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했습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에게 훌륭한 교훈을 주지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문제들이 있는데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요. 하지만 자기 삶에서 뭔가를 할 수 있지요.
이 프로그램은 나와 아내에게 영향을 미쳤어요. 다음에 우리가 아파서 의사를 찾았을 때 같은 약을 권했는데 우리는 정중히 거절했죠. 그 프로그램에서 이 약물들은 장난감도 아니고, 일상적인 통증에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전달했던 거에요. 훌륭한 과학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창작 분야와 다른 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를 느끼시나요? 창작 영역, 예를 들어 할리우드에서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인데, 과학 커뮤니케이션에도 이런 것이 있나요?
이야기를 이용해 소통하는 것은 새로운 생각은 아닙니다. 브랜드나 제품을 만들려 할 때 이에 대해 생각하고 소비자들이 생활에서 필요한 것에 대한 이야기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죠. 중요한 개념은 “소망(wishing)”입니다. 사람들은 소망을 갖잖아요. 할리우드에서는 흔히 소망 충족 산업이라고 말하는데요. 삶은 완벽하지도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죠. 그들은 운이 좋고, 아름답고, 잘생기고, 부유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그런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때로 과학적인, 것들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소망은 선하고 고귀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또 이런 소망을 가집니다. 신뢰할 수 있는 권위자를 원하고, 문제에 대한 빠른 해결책을 원할 것입니다. 이것이 코로나19의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사람에게는 생체 시계가 있어서 한 계절 악천후에 대처할 수 있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상황이 지속되고, 심지어는 악화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감당하기 매우 어렵다보니 빠른 해답이나 탈출구를 원합니다. 할리우드는 관객의 소망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을 개발했어요. 커뮤니케이션의 일부는 청중을 연구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지나치게 단순화하지도, 지나치게 과장하지도 않으면서 관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려 합니다.
이런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이 단순하고 일관적인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주요 발견과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여러분은 생존에 대해 두려움과 걱정을 품은 사람들의 동물적 부분에 호소하는 것이죠. 어떻게든 상황이 좋아질 거라고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변화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것입니다.
모두가 주변 세상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저는 아침마다 신문 두 가지를 읽고 오늘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그려보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자신이 그린 그림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그 그림은 바뀔 수 있습니다. 특히 신뢰하는 대상으로부터 정보가 온다면요.
이런 문제를 매스컴에서 어떻게 다뤄야 할지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과학자들을 카메라에서 비켜나게 하고 대신 영화배우나 뮤지션 등 스타들을 통해 메시지 전달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 저항이 있었죠. 예를 들어, 시상식에서 배우들이 정치적인 메시지를 보낼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관객들 다수가 “이런 얘기를 배우에게 듣고 싶지는 않은데. 일개 배우가 정치에 대해 뭘 안다고. ”라고 말하죠.
사람들은 유명인을 전문가로 보지는 않아요. 어쩌면 목표 청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일반인들을 세우는 게 더 나을 겁니다. 사람들은 자기 세상에서 고립된 삶을 살죠. 유명인, 전문가, 과학자 등이 하는 얘기를 울타리 건너에서 내다보는 거에요. 누군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 자신의 세계에서 온 사람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유명인을 통해 소통해야만 한다면 그 세계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골라야죠.
테러리스트 관찰에 참여하신 경험과 이번 상황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저는 테러리스트의 커뮤니케이션, 특히 자살 폭탄 테러범 모집 동영상을 연구하는 시카고 대학교의 한 그룹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 그룹에 따르면, 초기 동영상은 매우 단순하고 권위 있는 인물이 나와 “서양인은 나쁘다. 그들은 우리 국민을 죽였기 때문에 그들을 죽여야 한다“고 부르짖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전술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제가 말한 영웅의 여정 모델과 같은 것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할리우드식 접근 방식을 채택한 거죠. 한 이야기에는 임무에 성공한 자살 폭탄 테러범의 유령이 등장해 그가 어떻게 각성하고 지하디스트가 되어 목숨을 바쳤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를 시카고에 있는 그룹과 분석하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 그룹은 같은 도구를 어떻게 사용해서 그 프로그램에 대응할 수 있을까는 연구하지 않아서 좀 실망스럽기는 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자살을 생각하는데 뭔가 그걸 막았어요. 우리는 무엇이 그들의 자살을 막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어머니, 가족, 또 자살 폭격을 한다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주변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 영향을 미칠지, 자신들이 영웅이 아니라 바보로 비춰지지 않을지 깨닫기도 했습니다. 아니면, 어떤 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겠죠. 이것이 제가 찾는 방법입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측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만일 백신 반대 수사와 같은 매력적인 이야기를 예로 든다면, 테러리스트의 경우에서와 같이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훌륭한 성과를 낸 프로들이 몇몇 있었어요. <체르노빌(Chernobyl)>의 경우, 과학자들의 문제를 정직하게 다루고 상황의 중요성과 위험을 잘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암울하고 비극적인 상황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거기서 교훈을 얻어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거라는 작은 희망을 주었죠.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희망의 여지를 남겨준 거죠.
그리고, <돈 룩 업>과 비교되곤 하는 오래 전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Dr. Strangelove)>도 떠올랐는데요. 이 영화는 당시 러시아와의 문제를 다루었죠. 폭탄을 너무 많이 보유해서 매우 위험했죠. 그 영화도 세계의 파괴로 끝났는데 재미있는 방식으로 그려내서 사람들이 오락 영화로 보기도 했고요. 그때 당시도 저항하는 여론이 많기는 했지만, 그들은 유머를 이용해서 내용을 전달했지요.
과학자들이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소통할 것인지에 대해 두 편의 영화를 인용하셨는데요. 과학자들이 커뮤니케이션 전문 기관과 협업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죠. 과학적으로 훈련 받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들이 자신의 언어를 바꾸기란 매우 어렵죠. 과학자들이 비즈니스, 말하자면 광고, 세일즈, 마케팅 분야의 영향력과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과 협업한다면 아주 좋을 거라 생각해요.
미국에는 이 두 가지 기능을 하는 사람들이 몇 있어요. “과학 아저씨(The Science Guy)”라고 불리는 빌 나이(Bill Nye)가 있고요. 영국에는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멋지게 하는 데이비드 애튼버러(David Attenborough) 경이 있죠. 그런 의사들도 있고요. 논란이 되기는 합니다.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좀 엉성하기도 하고 더 이상 과학적이지 않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만일 팬데믹이 영화였다면 어떤 등장인물과 서브 플롯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시겠어요?
저는 처음 바이러스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는 과학자와 의사, 아니면 첫 번째 케이스가 되는 일반인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하는 사람,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으니 표백제를 마셔야 해“라고 말하는 사람 등 몇 명을 포함시켜 그들의 선택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줄 수 있을 거고요.
이야기에 접근할 때는 가정을 하게 되는데요. 저는 창작자로서, 그리고 과학을 믿기 때문에 팬데믹을 과학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접근할 겁니다. 실수도 있고 시련도 있겠지만 결국은 과학이 우리를 구원해줄 거에요. 그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정치적인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면 반대 관점을 취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싸움에서 이기는 것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이는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한 경고로서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계와 역경, 그리고 실패를 보여주는 현실적인 커뮤니케이션이에요. 그 과정에서 배우고 사람들에게 득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서죠. 그게 바로 과학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권력을 행사하거나 군림하기 위해 과학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을 돕는 데 관심을 갖고 있어요. 어쨌든 제 믿음은 그렇습니다.
연구 논문은 보통 일정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요. 과학자들이 알고 있는 것, 발견한 것, 한계, 그리고 미래의 발전 방향을 논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일반 대중을 상대로 이야기할 때는 단절이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잘 말씀해 주셨어요. 저는 소통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데요. 저는 과학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는 과학이 우리를 현혹시킨다거나 믿을 수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거에요. 이런 것들이 가정, 즉 과학에서 말하는 가설이죠. 그 다음에는 이야기를 만들고 어떻게 전개되는지 살펴봅니다. 가설을 입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야기는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등장인물이 현실로 다가오고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도 하고요.
다양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정에 맞게 스토리를 만듭니다. 테크니컬 라이팅에서는 이를 글의 주제라고 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또는 “과학은 당신의 친구“가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멋진 메시지가 되겠네요.
그것은 과학자들이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신의 주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야 합니다. 일단 주제를 알고 나면 제시 방식이나 중요성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소통에서 주제를 의식하고 있으면 더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창작자의 동인에 대해 말씀하셨죠. 최근 연구자들을 많이 만나 과학을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고 느끼는지 물었습니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지만 해야 할 일이니까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창작물이나 발견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과학자들과 커뮤니케이터들은 그들이 그리 동떨어진 존재들이 아님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들은 창작 면에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감이 있잖아요. 어떤 문제에 골몰하다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니 대답을 알게 되었다는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많이 있어요.
무엇이 그들의 정신이나 영혼에 들어가는 걸까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면 그것을 내보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과학자들은 인간적인 면을 더 많이 접하고 그들이 느끼는 흥분을 전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에게 이런 일을 해야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애초에 왜 과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물어보겠어요. 만화책 주인공들이 그렇듯 사람들은 과학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고,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선생님의 영향을 받았다거나, 어떤 TV 프로그램을 봤다거나, 누군가 현미경이나 망원경을 선물했다거나, 뒷마당에 나갔다가 나뭇잎에 붙어 있는 애벌레를 발견했다거나 하는 등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풍부한 소재이며, 비과학자들에게도 뭔가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뭔가 멋진 것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상상력. 관객의 마음 속 깊은 소망을 발견하거나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을 떠올려보세요. 저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영화 속 세계가 너무 멋있어서 스크린을 찢고 들어가고 싶었어요. 과학자들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그런 부분을 소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소통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과학에 대한 평가를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문헌(크리스토퍼 보글러 추천)
- Wired for Story by Lisa Cron
- Writing in Restaurants by David Mamet
- Writing Down the Bones by Natalie Goldberg
- Story by Robert McKee
- Memo From the Story Department: Secrets of Structure and Character by Christopher Vogler and David McKe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