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순위 제고의 비결 대학 실태 파악 및 혁신 전략 수립
- 협업국제화기사
- 8월 1, 2019
연세대학교는 2016년 THE에서 순위 책정 방법을 바꾸면서 순위 하락을 경험한 후 극적인 약진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아시아 대학 가운데 돋보이는 사례이다. <Blank:a> 지에서 연세대학교 미래전략실장 김동노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연세대학교는 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속도감 있게 실행에 옮겼다. 연세대학교는 대학 차원에서 세계 대학 순위를 십분 활용하여 글로벌 대학의 반열에 오른 좋은 예시라 할 수 있겠다.
연세대학교 미래전략실장에게서 듣는 대학 혁신의 비결
“2015년은 저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해였습니다.” 연세대학교 미래전략실장 김동노 교수는 자신이 몸담은 학교의 THE 대학 평가 순위가 갑자기 떨어지던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제가 미래전략실장으로 부임한 것은 그 다음 해였습니다. 이 보직을 받아서 맨 처음 한 일은 우리 대학의 현 상황을 상세히 검토하고 순위를 어떻게 회복할지 계획을 짜는 것이었습니다.”
THE는2015년 대학 순위 산정 방식에 상당한 변화를 주었다. 데이터 수집에 이용하는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웹오브사이언스(Web of Science, WoS)에서 SCOPUS로 바꾸었고, 더불어 대학평판조사(Academic Reputation Survey) 응답자 선정방법을 변경하였으며 이들의 응답은 총점의 33%를 차지한다. 그 여파로 연세대학교 순위는 종전 190위에서 2015년 201~225위로 미끄러졌고 2016년에는 301~350위권으로 하락 했다. 하지만 2018년에는 201~250위권을 회복했다.
김동노 교수의 말처럼 연세대학교의 순위 회복은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사회학자 출신이자 미래전략실에 새로 부임했던 김 교수는 대학 평가의 세계를 처음으로 배운 축에 속한다. 그는 THE의 점수 산정 방법을 공부했고, 연세대학교 순위 하락에 관여한 요소를 분석했으며, 전략과 구체적인 향후 대책 4가지를 총장에게 제안했다.
평가 및 인센티브 체계 개선
연세대학교의 첫 조치는 연구 평가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었다. 연세대학교는 종전에는 다른 많은 아시아권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논문의 품질이 아닌 숫자를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연구자들은 승진을 위해 출간 논문의 숫자를 늘렸고, 이는 논문 인용 점수가 떨어지는 직접적 요인이 되었으며 연세대학교의 평판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에 연세대학교는 출간 논문 수 지표를 연구실적 평가 기준에서 즉시 배제하고 이를 질적 기반 평가로 대체했다.
한편 승진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기술이전이 추가되었다. 기술이전 활성화를 위해 연구자들을 독려하는 일은 많은 대학에서 골머리를 앓는 영원한 숙제이다. 이처럼 어려운 숙제를 풀고자 연세대학교는 기술 개발·이전에 관여하는 연구진과 논문을 출간하는 연구진에게 같은 척도를 적용했다. 그 덕에 기술 개발을 업으로 삼는 연구자들도 동등한 승진의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연세대학교는 이에 더해 기술이전을 더욱 장려할 목적으로 대규모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했다. 연구자가 정부로부터 연구지원금을 받는경우 해당소득의 80%가 연구자에게 돌아가도록 정책을 정비했다. 민간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경우에는 연구자에게 돌아가는 비율은 전체금액의 90%까지 상승한다. 이것은 국내 대학교에서는 굉장히 높은 비율이다.이 제도 덕에 연세대학교는 연구자들이 업계와 적극 협력하여 기술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연세대학교는 산학협력 점수를 단 2년만에 75.9점에서 99.2점으로 올렸다.
젊은 교수진 채용
두 번째 중요한 개혁은 채용 부문에서 이루어졌다. 김 교수는 “오랫동안 우리 대학의 채용 전략은 다른 대학에서 중견급 교수들을 헤드헌팅해오는 것이었지만 이 방법이 최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젊은 연구자들이 생산성은 더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 대학에서는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을 더 많이 유치하는 쪽으로 채용 정책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총장님께서 굉장히 야심찬 정책을 실천으로 옮기셨는데요, 바로 교수 1명이 은퇴할 때마다 젊은 연구자 2명을 영입하는 것입니다. 가령 올해 교수 10명이 은퇴한다고 하면, 그 후임자로 젊은 연구자 20명을 뽑는 것이죠.”
신규 채용되는 젊은 연구자들에게는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특별 종신 교수직을 부여한다. 임용 후 첫 2년간 수업 하나만 담당하면 되고 3년 뒤에는 안식년 자격이 주어진다. 안식년은 연구자들이 해외에 스스로를 알리고 국제적 연구 협력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연세대학교의 전략이다.
디지털 마케팅과 PR
마지막으로 연세대학교에서 기획한 가장 독특한 전략은 디지털 마케팅이었다. 김 교수는 대학의 실제 연구 역량과 대학평판조사에서 나타나는 결과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연구 홍보 및 홍보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 교수는 “그래서 이 미래전략실 산하에 즉시 디지털 마케팅 팀을 꾸렸습니다”라고 밝혔다. 신생 디지털 마케팅 팀은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와 컨텐츠 작가로 구성되어 연세대학교 교수진의 논문에 대한 공격적인 글로벌 PR 캠페인을 펼쳤다. 김 교수는 캠페인 성과, 웹분석 및 SNS 홍보 실적을 직접 주 단위로 검토한다. 연세대학교 전략에서 디지털 마케팅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김 교수는 “대학순위는 국내 대학교 현실의 한 단면과도 같습니다.순위는 그냥 숫자일 뿐이니까 반응하지 말자고 할 수도 있지만,이를 기회로 삼아 더 나은 대학교를 만들수도 있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김동노 교수는 시카고대학에서 박 사학위를 받은 후 1995년부터 연 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분야는 역사사회학, 사회운동, 사회이론이다. 현재 미래 전략 실장을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