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Many」하나에 다수를 더하다

「One+Many」하나에 다수를 더하다

성공적인 대학 국제화의 비결, 시너지 효과
글로벌 대학을 지향하는 중국 저장대학교의 ‘선택과 집중’

중국 저장대학교(浙江大学, 영문명 Zhejiang University의 약어 ‘ZJU’로 표기하기도 함)는 국제 학생 7,000여 명을 유치하면서 중국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글로벌화되어 가는지를 잘 보여 주는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EAST MEETS WEST(동양이 서양을 만난다)’라는 슬로건 아래 강력하고도 신속한 국제화로 대학 명성 제고와 순위 신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은 저장대학교의 성공 비결을 소개한다.

인터뷰이  허리엔전(何莲珍) 교수 저장대학교 국제캠퍼스 상임부원장
취재자 마코토 유아사, 아이 카노, 조이 첸

 

국제화를 향한 발빠른 전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서호와 세계 10대 기업 알리바바 본사 인근에 자리한 저장대학교 항저우 메인 캠퍼스는 전통과 최첨단 기술이 만나는 흥미로운 접점이다. 2016년 중국이 이곳 항저우 시에서 G20 정상회담을 개최한 일을 계기로 저장대학교는 적극적인 국제화 움직임에 나섰다.

저장대학교 국제화부총장 겸 국제캠퍼스 상임부원장 허리엔전(何莲珍) 교수는 <Blank:a> 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에 걸쳐 중국 최고의 명문대 대부분이 국제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이곳 저장대학교야말로 국제화 흐름에 가장 발빠르게 대처한 학교가 아닌가 한다”고 짚었다. “’글로벌 저장대학교: 창조를 통한 임팩트’(Global ZJU – CREATE to Impact)라는 새로운 전략을 고안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시행하여 국제적 임팩트를 발휘하고자 합니다. 국제화야말로 이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핵심 요소이지요.”

저장대학교의 2018년 국제 학생 숫자는 7,000명으로 영국의 교육 전문지 <타임즈 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에서 아시아 최고 명문 대학으로 선정된 칭화대학교(清华大学)의 2배, 일본 도쿄대학교의 1.6배에 달한다. 같은 해 저장대학교의 목표 달성률은 74%였다. 학교의 <타임즈 고등교육> 순위는 지난 6년간 301~350등에서 101등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저장대학교에서 대학 순위 제고에 특화된 팀을 운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허리엔전 교수는 성공의 비결로 유기적 접근을 꼽았다. “저희 저장대학교에서도 물론 대학 순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학 순위는 학교의 교육과 연구의 품질을 반영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고 특정한 누군가를 지목해서 대학 순위 올리기에만 목매도록 하지는 않습니다. 순위 제고는 자연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교육과 연구가 좋으면 순위는 저절로 올라가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저희 대학 경영진은 장기 비전에 집중하는 편을 선호하는 편이고 이를 통해 저희 순위가 올라간다면 좋은 일이겠지요. 2050년까지 내다보는 비전을 만들어서 주요 목표를 이루어 가는 중입니다.”

 

 

‘EAST MEETS WEST’: 저장대학교 국제캠퍼스의 성공 스토리

국제화 목표 달성을 위한 저장대학교의 접근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전력을 다하자’일 것이다. 해외 교수진을 채용하고 영어 교육을 제공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서 국제 공동연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공동 학위 프로그램에 국제 학생을 유치하며, 국제 교환 및 파견 프로그램으로 중국인 교수진 및 학생을 해외 대학에 보내서 저장대학교 브랜드를 적극 홍보하도록 하는 일까지 수많은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은 저장대학교의 이니셔티브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2016년 시작된 ‘국제캠퍼스(International Campus)’ 프로그램일 것이다. 이곳 국제캠퍼스는 고등 공동연구소 2곳으로 구성되며 영어가 능통한 교수진을 거느리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대학교(University of Edinburgh)와 함께 하는 ZJU-UoE 생명과학 공동연구소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배너-섐페인 캠퍼스(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UIUC)와의 파트너십 하에 운영되는 ZJU-UIUC 엔지니어링 공동연구소이다.

저장대학교에서는 이를 ‘One + Many(하나에 다수를 더하다)’ 모델이라고 부른다. “동서양 간 연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저희의 방식입니다.” 허 교수의 말이다. “저장대학교와 다른 대학교의 최대 강점을 한데 합쳐서 최고의 교육 환경과 최첨단의 국제적 공동 연구 환경을 겸비하는 것은 물론 이와 같은 공동 연구에서 탄생한 기술이전의 임팩트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저장대학교와 에든버러대학교는 2012년 재학생들이 3년간 저장대학교에서 공부한 뒤 마지막 1년간 에든버러대학교에서 공부하는 ‘3+1’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총 4년을 투자해서 저장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뒤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게 된다. 협력은 더욱 확대되어 두 학교에서는 2015년 공동연구소를 설립했다. 이곳 학생들은 두 학교로부터 공동 학위를 수여받는다. 이 정도로 긴밀한 협력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허 교수의 지론이다. 이처럼 독특한 협력 모델을 통해 학교의 주어진 여건 하에서 재학생들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저장대학교의 노력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협력 프로그램에 대해 2017년 미국 전문가들의 검토를 받은 결과 “교육의 질이 매우 높다. 이곳에서 다루는 자료의 수준은 일리노이대학교 어배너-섐페인 캠퍼스(UIUC)와 비등하거나 이를 상회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검토 보고서에 이렇게 좋은 말이 써 있는 걸 보면 얼마나 신바람이 나는지 몰라요!” 허 교수는 당시 검토 결과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저장대학교 국제캠퍼스의 국제 학생 비율은 현재 30%이며 저장대학교에서는 그 비중을 더욱 늘리고자 공동연구소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저희에게는 더욱 원대한 목표가 있습니다. 런던대학교 임페리얼칼리지(Imperial College London)와 공동으로 응용 데이터과학 센터를 개소했고 같은 프레임워크 하에 한 미국 대학교와 공동으로 광공학 연구소 또한 개설할 예정입니다. 저희 고위 경영진이 그만큼 국제화를 강조하고 저희 모두 학교의 전략을 실행으로 옮기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깐깐한 인재 선발

저장대학교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데도 열심이다. 이는 응용 언어학 전공인 허 교수가 20명이 넘는 국제교류협력처 직원 전체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만 보아도 잘 드러난다. “저희 팀은 작은 편이지만 사람을 굉장히 가려서 뽑습니다. 채용 공고만 냈다 하면 지원자가 항상 100명이 넘어요” 교수진 채용은 이보다 더욱 까다롭게 진행된다.

저장대학교는 국적과 상관없이 전 세계에서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가령 ZJU-UIUC 공동 연구소는 교수진 51%가 비중국인이다. 공동연구소가 신설되던 무렵 이곳에서 근무할 교수진 30인을 신규 채용한다는 공고가 발표되자 해외에서 지원자만 1,3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지원자들의 강의 및 연구 역량은 물론 문화적 적합성까지 종합적으로 가늠하고자 저장대학교 및 일리노이대학교 어배너-섐페인 캠퍼스 두 곳의 교수진 10명 이상이 면접관으로 투입되었다.

 

저장대학교를 지탱하는 탄탄한 외부 지원

저장대학교 국제화의 주역은 대학 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업계, 지방 정부 및 동문회라는 든든한 후원자 또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기업 규모 측면에서 세계 9위를 자랑하는 알리바바 그룹이다. 흔히 기술 기업으로 알려진 알리바바는 저장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AI, 의료, 빅데이터와 같은 최첨단 기술에서부터 사회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2017년 알리바바는 저장대학교 제 1부속병원(浙江大学附属第一医院)에 의학 수련 및 연구개발(R&D)용으로 미화 8,100만 달러(한화 약 975억 원)를 기부했다. 학생 및 교수진의 해외 유학 자금도 지원한다. “알리바바 그룹 임직원 중 저장대학교 출신이 꽤 많습니다. 모교 출신 전문가들과 협력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요.” 허 교수의 말이다.

저장대학교 동문회는 항저우 외 지역에서 활약하는 졸업생 60만 명 가량을 거느리고 있으며 대학 후원 네트워크가 대부분 이들 졸업생으로 구성된다. 가령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저장대학교 출신 졸업생 6,000명 이상이 근무하며 세계 최고의 IT 업체 및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저장대학교의 저력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저장대학교 동문회는 세계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 소재해 있으며 네트워크를 통해 기부금을 납입함으로써 대학의 국제적 산학협력, 인재 유치 및 명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저장대학교는 또한 저장성 지방 정부의 자랑이기도 하다. 저장성 당국, 대학 및 민간 기업에서는 함께 긴밀히 협력하며 대학 브랜드 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 저장성 하이닝시에서 기부채납받은 저장대학교 국제캠퍼스 현 부지가 이러한 협력의 살아 있는 증거이다.

 

자유로운 공동 연구와 인적 교류   

허 교수에게 저장대학교의 국제화 추진 전략 가운데 한 가지만 꼽는다면 무엇이 있겠는지 의견을 청하자 ‘공동 연구(collaboration)’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단연코 공동 연구입니다. 모든 수준에 걸쳐서 말이죠. 일단 개인 수준에서 저희 대학 교수님들은 교내외 다른 연구자들과 굉장히 협력을 많이 하고 계십니다. 국제 연구 협력에 대해 학교 차원에서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주고 있거든요. 이를 기반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이나 양해각서(MoU)와 같이 기관 단위 협력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인적 교류(mobility)가 아닐까 합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구축한 협력 체계의 취지는 바로 학생과 연구자가 지리적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다른 이들과 협력에 나서도록 독려하는 데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장대학교의 이야기를 통해 국제화란 문호를 열어젖히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문호를 열어젖힌다고 하여 단순히 캠퍼스 문만 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고, 기존의 규범을 깨뜨리며 소통과 협력의 장까지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저장대학교의 사례는 또한 대학 브랜드 홍보가 단순히 지금 당장 대학에 몸담은 사람들만의 임무가 아니라 졸업생과 같이 대학과 인연이 있는 모든 이들이 함께 나서야 하는 일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 준다. 대학 네트워크 내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은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굉장한 효과를 자랑하는 전략이다.

 

 

리민(李敏)
저장대학교 국제교류협력처장

리민 처장은 저장대학교 국제교류협력처의 수장으로서 대학의 글로벌 전략 및 홍보 활동을 관리하며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국제 컨소시엄 등에 대한 대학 차원에서의 참여를 관장하고 있다. 환태평양대학협회(Association of Pacific Rim Universities, APRU) 국제정책자문위원회(International Policy Advisory Committee, IPAC) 위원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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