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문화를 바꾸는 20년 대계” –교육중심대학에서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으로(2 부)
- 협업경영교육국제화기사
- 4월 17, 2020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성균관대학교(SKKU)는 1398년 설립된, 국내 최고(最古)의 사립대학교 중 하나다. 성대는 1998년 최초로 대학 발전 계획인 Vision 2010을 구상했다. 교육중심대학에서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성대는 삼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해서 재원을 확보했다. 또한, 글로벌 연구에 종사하는 교수들을 적극적으로 임용함과 동시에 뛰어난 연구자들을 영입하기 위해 우수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였다. 2011년, Vision 2020을 본격 도입하고 세계 50대, 아시아 10대 대학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성대의 성공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기획조정처장이자 기계공학부 교수인 송성진 성균관대학부총장과 전략기획팀 임재환 과장을 만나 보았다.
팀 조직과 ‘THE’ 순위 상승의 공신
유아사 마코토
성균관대학교는 산학 협동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나요?
송성진 부총장
우리는 SAINT를 삼성과 함께 구축했습니다. 그래핀 연구소(Graphene Research Center)도 함께 세웠고요. 우리 교수진은 파트너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대학은 계속해서 글로벌 기업들을 캠퍼스에 초청합니다. 세계 최고 화학기업인 BASF 연구소도 성대 캠퍼스에 있습니다. BASF의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는 OLED (유기발광 다이오드) 기술입니다. 대학 내에도 그 분야의 실력자들이 포진하고 있어, BASF는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산학 협동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매력적인 거래를 성사시켰습니다.
현재 캠퍼스에 50여 개 기술 및 테크비즈 스타트업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삼성, 지멘스, SABIC (세계 3위의 화학회사), 카네카, LS Mtron을 비롯, 중소기업들의 연구소도 들어와 있습니다.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역시 15년 이상 운영하고 있고요. 지금은 남은 공간이 없어서 다른 회사들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아이 카노
규모가 큰 기업들을 위한 연구소는 어떤 식으로 지원하시나요?
송성진 부총장
보통 대기업의 경우는,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우리가 지원하는 식입니다. 중소 기업의 경우는, 우리 교수진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기업 측이 지원합니다. 교수들은 펀딩이나 출판 등의 형태로 인센티브를 받게 됩니다.
유아사 마코토
국내의 다른 대학들이 관심을 보이기도 하나요?
송성진 부총장
모든 대학은 서로 경쟁관계라 할 수 있지요. 누구나 연구 실적이 뛰어난 교수를 영입하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20년 전 성균관대학교는 교육중심 대학이었지만 현재는 연구중심 대학입니다. 이제 우리는 대학의 연구 교육 자원으로 경제와 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적 대학이 되려 합니다. 하지만 대학만의 힘으로는 어렵겠지요. 그런 점에서 업계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문제입니다. 연구실에서 시장까지의 리드타임이 줄어들고 있으므로 협력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대학이 연구를 완성하면 업계에 IP를 넘겨주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긴 과정이지요. 본보기로 삼을 만한 예로, 최고의 기업적 대학인 스탠퍼드대와 실리콘 밸리의 기업가적 생태계(entrepreneurial ecosystem) 간의 상호관계를 들 수 있겠습니다.
변화하는 대학 문화
유아사 마코토
삼성의 자금 지원 외에 수입 획득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송성진 부총장
문화입니다. 우리 대학 교수진은 회사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평균 교수 재직 기간이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으므로 대학 문화를 바꾸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다 해도 가만히 있는데 문화가 저절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지요.
유아사 마코토
이미 새로운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되는데요. 만일 기존 업계가 아니라, 새로 시작하기 위해 연구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대학에서 그들을 움직이기가 어려운가요?
송성진 부총장
교수들은 그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성균관대학교와 국내 산업에서 협력은 중요한 화두입니다. 정부는 2000년경 산학 협동을 통해 대학의 인력을 업계에서 활용하도록 장려했습니다.
한국에서 글로벌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춘 사람이라면 교수가 되고 싶어합니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의 80% 이상이 대학에 있고, 업계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실정이지요. 그래서 대학에서는 산학 협동 활성화를 위해 연구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있습니다. 2006, 7년경 삼성과 LG가 큰 성공을 거두자, 그 이후 전 세계의 연구원들이 몰려 들었지요.
유아사 마코토
‘THE’의 국제화(International Outlook) 항목 또한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성균관대학교는 MIT와 북경대를 비롯, 전 세계 30여 개 대학과 공동학위제도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2012년에는 QS-APPLE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지요.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 여름학기 포스터도 보았습니다. 이런 모든 상황이 성균관대학교의 국제화 항목 점수를 올리는 데 한몫한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 간략히, 다른 프로그램이 있다면 함께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송성진 부총장
우리 비전은 진정한 글로벌 선도 대학이 되는 것입니다. 그 비전을 이루는 데 국제화는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 대학에서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한 인지도와 네트워크를 갖춘 교수진을 초빙하고 있습니다. 세계화와 국제적 협력은 우리 대학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방향을 좀 달리해서 러시아, 인도, 아프리카 등지로 눈을 돌리는 다른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획/홍보팀 긴밀한 협조
유아사 마코토
성대 영어 홈페이지는 저희 같은 외국인들이 매우 사용하기 쉽게 되어 있더군요. 연구 관련 이야기나 웹진, 언론 보도 등 흥미로운 내용이 정기적으로 올라오고 있는데요. 영문 홈페이지는 어느 부서에서 관리하고 있나요?
송성진 부총장
홍보팀 소관입니다. 홍보팀은 밤낮없이 일합니다. 성균관 타임스라는 월간 영문잡지도 발행하는데 전담 기자와 팀이 작업합니다. 홍보팀에서는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참여는 전적으로 자율에 맡겨져 있고, 대학은 학생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지요.
아이 카노
대학의 전략으로써 PR과 홍보는 어떤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송성진 부총장
우리는 훌륭한 연구 성과를 알리고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려고 합니다. 글로벌 선도 대학이 되려면 홍보 부서와 기획 부서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합니다.
유아사 마코토
연구원들에게 영문 작업이나 연구 홍보 등을 지원하십니까?
송성진 부총장
그렇습니다. 홍보팀 인력이 제한되어 있습니다만, 요청이 있으면 힘이 닿는 한 지원해주려고 합니다.
임재환
교수진은 모든 단계에 참여하고 누구나 홍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습니다. 스스로 홍보 활동을 하고 홍보팀에서는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죠.
아이 카노
홍보 부서의 활동 목표는 무엇인가요?
송성진 부총장
교수의 연구나 학생들의 성공 사례, 유명 졸업생 등 좋은 이야깃거리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역 TV보도부터 신문, SNS에 이르기까지 커버하기에는 업무량이 너무 많은 형편입니다.
대학, 순위가 전부는 아니다
유아사 마코토
성균관대학교가 다른 한국이나 일본 대학들에 비해 잘해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송성진 부총장
제가 볼 때 대학 순위는 매우 중요하지만, 순위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일본의 대학 순위는 예상만큼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 대학들이 경쟁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요. 문제는 평가 기준이 일본 대학들이 하는 일을 포착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다섯 군데가 넘는 대학평가 기관이 있는데 서로 다른 평가 기준을 적용합니다. 현재 가장 보편적인 대학 순위는 연구대학순위이지만, 말씀드렸다시피 기업가적 대학으로의 흐름이 있는 만큼 그에 해당하는 또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교육이며 일본 대학의 순위는 그것을 반영한다고 봅니다. 현재의 순위 제도 보다는,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지요. 반대로 중국 대학들은 국제적으로 이름을 얻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전 세계 지역사회에 알려지고 싶으니 대학 순위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요.
중국 정부도 대학에 투자를 많이 합니다. 우리 대학교들의 순위가 향상될 거라는 믿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한국 대학들의 순위는 중국 대학의 막대한 투자에 밀려 한동안 정체 상태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 대학이 6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려고 합니다. 대학 순위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하기 위해서도 대학 순위는 중요합니다. 순위가 대학의 역량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평가 기관이 사회의 요구에 따라 계속 기준을 바꿔가는 한 순위는 순위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카노
세계 50위권 대학이라는 목표와 기업가적 대학이라는 이상은 서로 충돌하지 않을까요?
송성진 부총장
사실, 기업가적 대학과 연구 대학의 순위는 같은 것입니다. 최고의 기업가적 대학은 스탠퍼드인데 항상 최고 연구대학 5위 안에 들고 있지요.
유아사 마코토
현재 성대가 마주한 큰 도전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리고, 순위 향상에 도움이 될 어떤 대형 프로젝트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계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송성진 부총장
성균관대학교는 연구 부문에서 글로벌 선도 대학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최고 우선순위는 학생들이며, 어디까지나 학생들의 성공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연구를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연구할 때 학생들을 먼저 생각한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연구를 하는 것은 자주 피인용 되는 논문을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학생들을 차세대 연구자로 양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산학 협동은 기술이전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세대 CTO와 CEO를 양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변화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양성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글로벌 선도 대학의 사명입니다.
교수 송성진
성균관대학교(SKKU)부총장 성균융합원 원장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송성진 교수는 1981년 서울대학교에서 기계공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198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계공학 석사, 1991년 아이오와 주립대학교(Iowa State University, 미국 아이오와 주 에임스 소재)에서 엔지니어링 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3~1987년 대우중공업(주)(대한민국 인천 소재)에서 근무했다. 1993년부터 5년간 조선대학교(광주)에서 조교수로 일했다. 1998년부터 성균관대학교(수원)에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기계공학부 교수이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부총장이자 성균융합원 원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그 밖에 기획예산 부총장, 공과대학장, 공학교육혁신센터 센터장, 공학교육혁신허브센터 센터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한국공학교육혁신연합의 초대 회장 및 한국공학교육학회 부회장을 지냈다.